퍼터 피팅 완전정리: 페이스 밸런스부터 그립까지

비싼 퍼터가 아니라 맞는 퍼터, 15년 만에 깨달았습니다
퍼터만큼은 비싼 게 장땡이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스카티 카메론을 들고 그린에 서면 뭔가 달라질 것 같았는데, 막상 써보니 15년 동안 제 퍼트는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나중에서야 알았습니다. 문제는 퍼터가 아니라, 그 퍼터가 제 스트로크와 전혀 맞지 않았다는 사실을요.
퍼터가 비싸도 안 맞는 이유 — 페이스 밸런스와 스트로크 타입
골프를 막 시작한 지인이 아버지 퍼터를 빌려 썼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퍼터로 그린에서 꽤 잘 치더라고요. 반면 저는 꽤 고가의 퍼터를 쓰면서도 3 퍼트를 밥 먹듯 했습니다. 그 차이가 어디서 나오는지, 직접 여러 퍼터를 분석해 보고 나서야 비로소 이해가 됐습니다.
퍼터를 고를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하는 건 페이스 밸런스(Face Balance)입니다. 여기서 페이스 밸런스란, 샤프트를 손바닥 위에 수평으로 올려놨을 때 헤드가 어느 방향을 향하는지 확인하는 테스트입니다. 헤드의 토(toe) 쪽이 바닥으로 떨어지면 '토행 퍼터', 페이스 면이 하늘을 향하면 '페이스 밸런스드 퍼터'라고 부릅니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본인의 스트로크 궤도와 퍼터의 무게 중심 구조가 일치해야 스트로크가 자연스럽기 때문입니다.
토행 퍼터는 샤프트 축선과 헤드의 무게 중심이 어긋나 있어서 스윙 중 헤드가 자연스럽게 호(arc)를 그립니다. 아크 스트로크(Arc Stroke), 즉 헤드가 안쪽으로 들어왔다가 임팩트 후 다시 바깥으로 빠지는 곡선형 스트로크를 하는 분에게 유리한 구조입니다. 반면 페이스 밸런스드 퍼터는 샤프트 축과 무게 중심이 일치해서 백스윙과 팔로스루 모두 직선을 유지하는 스트레이트 스트로크에 맞습니다.
실제로 퍼터 브랜드 핑(PING)의 피팅 스튜디오 실험 결과를 다룬 국내 언론 보도에 따르면, 스트레이트 스트로크 사용자는 페이스 밸런스드 퍼터에서 이상적인 임팩트 각도(0도)를 보인 반면, 아크 스트로크 사용자는 토행 계열 퍼터에서 최적의 결과를 나타냈습니다(출처: 서울경제, "제로 토크 퍼터는 토우가 하늘 향하고..."). 제가 직접 겪어본 것과 정확히 같은 결론이라, 이 실험 결과를 보고 나서야 지난 15년이 이해가 됐습니다.
제가 오랫동안 사용했던 블레이드 타입의 토행 퍼터는 토크가 굉장히 강해서 아크를 크게 그려야 하는 구조였습니다. 근데 저는 직선에 가까운 스트로크를 하고 있었으니 맞을 리가 없었죠. 제 스트로크 타입을 확인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습니다. 핸드폰을 타깃 방향 정면에 세워두고 퍼트 스트로크를 찍어보면, 내 헤드가 직선을 그리는지 아크를 그리는지 한눈에 보입니다. 이 영상 한 편이 15년 고생을 줄여줄 수도 있었을 텐데, 싶어서 아직도 조금 아쉽습니다.
토행의 정도도 퍼터마다 다릅니다. 넥(neck) 형태가 플로우넥(flow neck)에 가까울수록 토행이 강하고, 더블 밴드 넥처럼 두 번 꺾이는 구조일수록 토행이 약해지거나 페이스 밸런스에 가까워집니다. 아크 스트로크를 크게 쓰는 분, 예를 들어 필 미켈슨처럼 과도한 아크를 구사하는 골퍼라면 플로우넥 블레이드가 맞겠지만, 처음 골프를 배우는 단계에서 이런 퍼터를 잡으면 10년을 고생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주변에서 그런 경우를 여럿 봤고, 저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 토행 퍼터: 샤프트 축과 무게 중심이 어긋나 있어 자연스러운 아크 스트로크에 유리
● 페이스 밸런스드 퍼터: 샤프트 축과 무게 중심이 일치해 직선 스트로크에 적합
● 페이스 밸런스 테스트: 샤프트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헤드 방향 확인
● 스트로크 타입 확인: 핸드폰 정면 촬영으로 아크 vs 직선 판별 가능
헤드 형태와 오프셋, 그립까지 — 나에게 맞는 퍼터 완성하기
페이스 밸런스를 확인했다면 그다음은 헤드 형태입니다. 크게 블레이드(blade)와 말레트(mallet) 두 가지로 나뉩니다. 블레이드는 납작하고 긴 전통적인 형태로, 임팩트 때 손에 전달되는 진동이 그대로 느껴져서 타구감으로 거리를 조절하는 데 유리합니다. 반면 말레트는 헤드 뒷면이 두툼하거나 넓어서 관용성(forgiveness)이 높습니다. 여기서 관용성이란, 스위트 스폿(sweet spot), 즉 헤드 정중앙에서 약간 벗어나 맞아도 방향성이 크게 흔들리지 않는 성질을 뜻합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블레이드는 정타를 맞혔을 때의 그 손맛은 확실히 다릅니다. 그런데 라운딩 후반부에 손이 긴장되거나 퍼트 압박이 올라오면 미스 히트가 잦아지고, 그때마다 방향이 확 틀어져서 결국 말레트로 넘어왔습니다. 초보자나 미스 히트가 잦은 분이라면 말레트 타입을 먼저 써보시는 게 훨씬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헤드 형태보다 앞서 확인한 페이스 밸런스가 우선입니다. 페이스 밸런스가 안 맞으면 말레트라도 효과가 떨어집니다.
세 번째로 볼 건 오프셋(offset)입니다. 오프셋이란 샤프트 중심선이 헤드의 리딩 엣지(leading edge), 즉 헤드 앞면 하단 모서리보다 얼마나 앞으로 나와 있는지를 나타내는 수치입니다. 샤프트 하나 굵기만큼 나와 있으면 풀 오프셋, 절반 정도면 하프 오프셋, 거의 없으면 노 오프셋이라고 합니다. 오프셋이 클수록 어드레스 시 손이 이미 앞으로 나와 있는 구조라 핸드 퍼스트 양을 굳이 많이 줄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과하게 핸드 퍼스트를 넣으면 공이 찍혀 맞는 상황이 생깁니다. 제가 그걸 몰랐을 때 한동안 퍼트가 계속 튀어서 영문을 몰랐던 적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립입니다. 그립 선택도 생각보다 훨씬 큰 영향을 줍니다. 피스톨 그립(pistol grip)은 권총 손잡이처럼 아래로 볼록한 형태로, 손이 자연스럽게 걸리는 느낌이 있어 손 고정에 유리합니다. 반면 슈퍼 스트로크의 플랫소(Flatso) 같은 플랫탑 그립은 윗면이 완전히 평평해서 양쪽 엄지를 나란히 얹으면 직선 궤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립 굵기도 중요한데, 굵을수록 손목 회전이 억제되어 손목을 덜 쓰는 스트로크가 가능합니다. 반대로 스탠더드 얇은 그립은 손의 감각이 살아나는 대신 손목이 개입할 여지가 커집니다.
요즘 퍼터 중에는 카운터 밸런스(counter balance) 시스템이 내장된 제품도 있습니다. 카운터 밸런스란 그립 끝에 무게추를 추가해 스윙 웨이트의 균형점을 그립 쪽으로 끌어올리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하면 헤드가 상대적으로 가볍게 느껴져 스트로크가 더 안정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슈퍼 스트로크(SuperStroke) 그립 뒷면에 컬러별로 교체 가능한 무게추를 꽂을 수 있는 제품이 대표적입니다. 또한 제로토크(Zero Torque) 퍼터는 샤프트 축선과 헤드 무게 중심이 정확히 일치해 스윙 중 헤드가 토나 힐 어느 쪽으로도 쏠리지 않는 구조로, 직선 스트로크를 구사하는 분에게 잘 맞습니다. 다만 제로토크가 오프 센터 히트 시에도 공이 똑바로 간다는 건 오해입니다. 스윙 중 헤드 안정성을 높여주는 것이지, 미스 히트의 방향 오류까지 잡아주는 건 아닙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제 스트로크가 아크인지 직선인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핸드폰을 타겟 정면 방향에 세워두고 퍼트 스트로크 영상을 직접 찍어보는 게 가장 빠릅니다. 헤드가 몸 안쪽으로 들어왔다가 임팩트 후 다시 바깥으로 나가면 아크 스트로크, 거의 일직선으로 왕복하면 스트레이트 스트로크입니다. 제가 해봤는데 눈으로 보면 바로 구분됩니다.
Q. 퍼터 그립 굵기가 퍼트에 얼마나 영향을 주나요? 생각보다 꽤 큽니다. 그립이 굵을수록 손목 회전 반경이 줄어들어 손목을 덜 쓰게 되고, 얇을수록 손의 감각은 살아나지만 손목이 개입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손목을 많이 쓰는 편이라면 굵은 그립으로 바꿔보는 것만으로도 퍼트 일관성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결론
15년 동안 퍼터 탓만 했는데, 사실 문제는 제 스트로크와 퍼터 구조 사이의 불일치였습니다. 페이스 밸런스 테스트 하나, 스트로크 영상 한 편이면 본인에게 맞는 퍼터 조건이 눈에 보이기 시작합니다. 비싼 퍼터보다 맞는 퍼터가 훨씬 중요하다는 걸, 저는 너무 돌아와서 깨달았습니다.
우선 핸드폰 하나 세워두고 내 스트로크를 찍어보시길 권합니다. 아크인지 직선인지만 파악해도, 그다음 퍼터 선택은 훨씬 좁혀집니다. 알고 쓰는 퍼터와 모르고 쓰는 퍼터의 차이는 10년 치 고생이 될 수 있습니다.